대학 때 거의 매일 보던 친구가 있었다. 같은 동아리였고, 점심도 같이 먹었고, 시험 기간에는 새벽까지 같이 공부했다. 졸업하고도 한동안은 자주 만났다.
그러다 어느 해부터 약속을 잡는 일이 조금씩 어색해졌다. 누구 한 사람이 미안한 일을 한 것도 아니었다. 한 번 보자고 했다가 그쪽 일정이 안 맞고, 다음에 보자고 했다가 이쪽이 못 가고, 그렇게 두세 달이 지나도 약속이 잡히지 않았다. 그렇게 1년이 갔다.
지금은 그 친구를 마지막으로 본 날이 언제인지도 정확하지 않다. 아주 천천히 끝난 관계는 끝난 지점도 분명하지 않다.
큰 다툼이 있고 끊어진 관계는 끝난 지점이 분명하다. 그때 그 일 때문에 끝났다고 말할 수 있다. 그런데 조용히 끝나는 관계에는 그런 지점이 없다.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, 누가 특별히 미안해야 할 일도 없다.
나는 그 친구를 한참 동안 가끔 떠올렸다. 떠올릴 때마다 무엇 때문에 멀어졌는지 찾아보려고 했다. 어느 해에 무슨 일이 있었나, 내가 어떤 말을 잘못했나, 그쪽이 나에게 서운한 일이 있었나. 한참 찾다가 알게 된 것은, 진짜로 그런 일이 없었다는 사실이었다.
그 친구는 그 친구의 인생을 살았고, 나는 내 인생을 살았다. 두 길이 어느 시점부터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뿐이다. 매일의 큰 결정은 없었다. 그 친구의 한 달과 나의 한 달이 다른 사람들, 다른 주제, 다른 관심사로 채워지면서 어느 해부터인가 만나도 할 얘기가 줄어든 사이가 되어 있었다.
나는 그것이 끝나가는 관계라는 사실을 비교적 일찍 느꼈던 것 같다. 그 친구에게 먼저 약속을 잡지 않게 된 것도 어느 정도는 의식적인 거리 두기였다. 친구는 그 사실을 한참 뒤에 인식한 듯했다.
몇 해 뒤에 그 친구에게서 갑자기 메시지가 왔다. "우리 안 본 지 너무 오래 됐네." 그 문장을 받았을 때 나는 조금 멋쩍었다. 나는 이미 그 관계가 끝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있었는데, 친구는 그 자리에 막 도착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.
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조용히 자기 길을 간다. 큰 통보 없이 약속을 미루다가, 어느 순간부터 둘 다 약속을 잡지 않는 거리로 간다. 그 과정은 계획보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가깝다. 늦게 알아차린 사람은 어느 날 갑자기 그 빈자리를 발견하고 한참 생각한다. 보통 이쪽의 시간이 더 길다.
그 친구와는 그 메시지 이후로 한 번 만났다. 두세 시간쯤 같이 있었고, 둘 다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. 옛날의 그 사이가 다시 돌아온 시간은 아니라는 것을. 잘 지내는지 한 번 확인하는 만남에 가까웠다.
한 번 멀어진 두 사람이 다시 가까워질 수는 있다. 다만 처음 가까워졌던 방식으로는 어렵다. 그때는 자연스럽게 가까웠다면, 다시 가까워지려면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. 그 노력이 가능한 사이도 있고, 양쪽 모두에게 맞지 않는 사이도 있다. 나와 그 친구는 후자였다.
관계가 멀어진 채로 끝나도 그것이 잘못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다. 매일 보던 사람을 안 보게 된 일이 누구의 책임이라기보다, 두 사람의 길이 갈라진 결과일 수도 있다는 것을.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친구를 떠올릴 때의 무게가 가벼워졌다.
아무 일도 없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점점 멀어졌다면, 두 사람의 길이 다른 방향으로 흐른 결과일 수 있다. 원인을 억지로 만들 필요는 없다. 먼저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다.
조용히 떠나는 일은 슬프지만 잘못은 아니다. 멀어진 채로도 그 사람의 한 시기를 같이 보낸 시간이 의미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