작년 가을, 한 달 동안 매일 짧은 기록을 남긴 적이 있다. 거창한 일기는 아니었다. 그날의 컨디션과 떠오른 생각 한두 줄, 하루에 1~2분이면 끝나는 기록이었다.
한 달이 지나 처음부터 다시 읽었을 때 조금 놀랐다. 같은 일에 대해 세 번이나 비슷한 말을 적어두고 있었다. 그 일은 한 달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, 하루하루는 그냥 흘려보내고 있었다. 30일이 모이고 나서야 그게 보였다.
한 달은 안에서 보면 거의 다 잊힌다. 적혀 있어야 보인다.
3주 전 화요일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떠올려보면 대개 잘 기억나지 않는다. 그날 컨디션이 어땠는지, 누구와 무슨 얘기를 했는지, 어떤 결정을 했는지. 그런 정보는 그날만 살아 있고, 일주일이 지나면 흐려지고, 한 달이 지나면 거의 사라진다.
이것은 약점이라기보다 인간의 기억 방식에 가깝다. 머리는 매일을 전부 저장하지 않는다. 큰일과 유난히 좋았던 일, 유난히 나빴던 일 정도가 남고 나머지는 평탄해진다. 그래서 한 달 전의 자기를 떠올리면 지금의 자기와 거의 같아 보인다. 그 사이의 작은 변화들이 사라졌기 때문이다.
그래서 한 달 동안 자기가 어떻게 움직였는지, 어느 방향으로 흘러갔는지, 어디서 멈췄는지, 무엇이 반복됐는지가 안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. 매일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.
매일 짧게 적어두고 한 달 뒤에 펴보면 다르다. 그 한 달의 그림이 한 장으로 펼쳐진다. 그때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자기가 같은 일을 몇 번이나 적었는지다.
나는 그 가을의 기록을 보고서야, 어떤 사람과의 관계에서 한 달 내내 같은 자리에 멈춰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. 매주 한두 번씩 그 사람 얘기를 짧게 적었는데, 그 문장들이 모두 비슷한 모양이었다. 같은 망설임, 같은 결심, 같은 후회의 변주. 안에서는 매일 새 생각인 줄 알았지만, 적어놓고 보니 한 곳에서 빙빙 돌고 있었다.
또 다른 것도 보인다. 컨디션이 좋았던 날 무엇을 했는지, 안 좋았던 날에는 무엇을 했는지. 어떤 요일이 자주 무거웠는지. 어떤 활동이 다음 날의 자기에게 영향을 주었는지. 하루 안에서는 우연처럼 보이던 일이 한 달이 모이면 패턴으로 드러난다.
그 가을에 배운 것은 어렵게 시작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었다. 매일 한 문장이어도 되고, 컨디션을 1~5점으로만 적어도 된다. 자기에게 맞는 기준 두세 개를 정해 그것만 짧게 남겨도, 한 달이 모이면 그림이 만들어진다.
잘 쓰려고 하면 오래 가지 못한다. 매일 1분 안에 끝낼 수 있는 모양으로 만들어두고, 빠뜨려도 자책하지 않고 다음 날 이어가야 한 달이 이어진다. 목적은 30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자기 한 달을 한 장으로 다시 보는 데 있다.
그리고 한 달이 끝나면 반드시 다시 펴봐야 한다. 적어놓기만 하고 보지 않으면 그저 기록일 뿐이다. 다시 읽을 때 비로소 그 한 달이 자기에게 말을 건다.
그 가을 이후로도 가끔 짧은 기록을 남긴다. 매번 한 달을 채우지는 못한다. 다만 한 달이 모이면 그 한 달이 보여주는 것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, 기록이 없는 시기에는 자기를 모른 채 지나가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함께 알게 되었다.
자기 한 달의 그림을 한 번 펴보면 그 다음 한 달이 달라진다.